현우파파's 블로그-우보천리(牛步千里)

막걸리 제조키트(?)로 막걸리를 만드는 척은 해봤으나,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막걸리 관련책을 찾아봤습니다. 생각보다 막걸리에 관한 책은 많지 않아서 놀랬습니다.

원래는 집에서 막걸리를 만드는 제조법에 관한 책을 찾아봤으나, 이왕 발을 들인김에 막걸리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비교적 신간(?)인 "막걸리, 넌 누구냐?"라는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2010년 봄에 출간된 책이니... 무려 9년이 넘은 책입니다.

저자인 허시명님은 여행작가이자, 국내 제1호 술평론가라고 하시네요.

평소 마시는 술 중 90% 가량이 막걸리인지라 막걸리에 대해 대강은 알고 있는 편이지만, 이 책을 통해 몰랐던 것을 또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술은 막걸리죠 ㅋ.

 

Makgeolli ONE. 막걸리, 넌 누구냐?

"막"이란 말은 막, 방금 이란 뜻도 있고, 함부로 또는 거칠게 란 뜻도 있다. 막걸리의 막은 대체로 후자를 의미한다. 탁주와 막걸리를 혼용해서 사용하는데, 그 차이는 무엇일까? 술 빚기의 마지막 단계인 여과의 특징을 형상화 한 것이 막걸리이고, 술의 맑고 흐림을 보고 판단한 용어가 탁주라 볼 수 있다.

발효가 끝난 술은 대개 맑은 층과 지게미 층의 2단으로 분리된다. 맑은 부분을 따르면 청주가되고 지게미 층을 거르면 막걸리가 된다. 그러나 발효가 끝나도 맑은 층으로 분리되지 않는 술이 있다. 술을 굳이 거르지 않더라도 본디 그대로가 탁주인 셈이다. 이러한 술로는 이화주가 있다. 막걸리는 탁주이지만, 탁주라고 막걸리는 아닌 것이다.

옛 사람들은 막걸리를 어떻게 불렀을까?

문학적 표현으로 탁주를 현자, 청주를 성자라 불렀다. 탁주를 마시면 현인을 만난 것이요, 청주를 마시면 성인을 뵙고 본것이다. 술 없이는 시를 지을수 없을 만큼 술을 좋아했던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시에도 이러한 표현이 있다고한다.

막걸리의 도수

통상 쌀과 누룩으로 술을 빚으면 알콜 도수는 14~16%가 된다. 맑은 청주는 떠내고, 술지게미에 물을 부어가며 거르면 알콜 도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그게 막걸리인데 도수는 6~8%된다.

1949년 11월 11일 이후 탁주 도수는 국가가 통제했다. 1970년대 까지도 전체 술 소비량의 60~70%를 차지했으나,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사무직 여성이 증가하게 되면서 맥주 소비가 늘어났다. 7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탁주는, 1970년대 후반부터 4도의 맥주와 25도의 소주에 밀리기 시작했는데, 1982년 5월 1일 알콜 도수를 6%에서 8%로 올리면서 탁주 소비가 더욱 감소하게 되었다.

도수가 8도로 높아지면서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막걸리는 농주로도 불릴만큼 농사철 새참으로도 즐겨마시던 술이다. 도시 건설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한 사발 들이키면서 일을하곤 했는데, 도수가 2도 높아지면서 탁주에 취해 안전사고가 빈번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사건들 이후 건설현장에서 탁주를 금지하게 되면서 탁주소비는 더더욱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다 1994년 이후 3도 이상이면 법적인 탁주로 인정받게된다.

전통적인 막걸리 재료는 멥쌀과 밀누룩이다. 통밀을 빻아 만들면서 따로 밀가루를 빼내지 않고 통째로 누룩을 만들었다면 막걸리 재료는 대체로 쌀과 밀이 7:3 비율로 혼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전통적 막걸리 맛은 밀누룩이 들어가 누룩향이 강하고 속성주로서 걸쭉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입국과 밀가루가 재료로 사용되면서 시큼털털한 맛이 된다. 1990년부터 쌀이 주원료로 가능해지면서 맛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 상쾌하게 변한다.

막걸리의 씨앗, 누룩

누룩은 날 곡물을 빻아 물에 갠 뒤 둥글거나 네모나게 형태를 잡은 것으로, 곰팡이와 효모가 번식하여 각종 효소를 생성, 분비하는 발효제이다. 전통적으로 민가에서는 온도, 습도가 높은 삼복더위에 누룩을 만들었지만, 일제시대 누룩 제조장이 생기면서 연중 생산하게 된다.

현재 전통누룩 계보를 잇고 있는 제조장이 3곳 남아있는데, 광주의 송학곡자, 경북의 상주곡자, 경남의 진주곡자이다.

금정산성 누룩은 왜 빠져있는지 의문이네요... 아래에 관련 내용이 나오긴 합니다만.

 

Well Being TWO. 대체 술이야, 약이야?

막걸리에는 5덕이 있다고한다. 1) 허기를 다스려주고, 2) 취기를 심하게 하지 않으며, 3) 추위를 덜어줄 뿐만 아니라 4) 일하기좋게 기운을 복돋우며, 5)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1)은 막걸리라 가능한 것이며 2), 4)는 일반적인 저도주면 가능할듯 싶네요. 3), 5)는 술이면 다 그럴듯하고...^^

 

막걸리의 효능

막걸리 성분 분석표 (100g 기준)

알콜 수분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섬유질 무기질 비타민 마그네슘 열량
6% 91.8g 1.6g 0 1.8g 0.1g 41.1mg 1.34mg 4mg 46kcal

위 표는 농촌진흥청 자료라는데... 찾아보진 못했습니다.

1) 알콜 도수가 낮고, 열량도 낮다

막걸리의 열량은 100ml에 46~63kcal 정도로, 맥주의 36kcal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70~74kcal인 와인, 141kcal의 소주, 250kcal의 위스키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다이어트에 좋겠쥬?

2) 필수 아미노산이 가득하다

막걸리에는 단백질 함량이 1.6~1.9%이다.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이 3%이니 꽤 많은 편이라할 수 있다. 실제 청주에는 0.5%, 맥주에는 0.4%, 소주에는 0%의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으니, 막걸리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은 엄청나다.

곡물과 누룩에 함유된 단백질이 발효과정에서 다양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성인 몸에 꼭 필요한 8대 아미노산 중 발린, 이소류신, 메티오닌, 트레오닌, 리신, 페닐알리닌 등 7종이 포함되어 있다. 필수 아미노산은 우리 몸의 질병, 특히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등 면역력을 높여준다.

3) 풍부한 유산균과 살아있는 효모

효모는 그 자체가 양질의 단백질, 식이섬유소와 미네랄로 구성되어 있고,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유산균은 위장에 들어가면 대부분 죽지만, 벌컥벌컥 마시면 유산균이 한꺼번에 위장 속으로 밀려들어가면서 일부가 소장까지 살아 남는다. 장속에서 자라면 장내 수소이온농도(pH)가 떨어져 잡균 번식을 막아준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즐겨마시는 생막걸리에는 요구르트보다 많은 유산균이 살아있습니다만, 벌컥벌컥 마시지 않는 한 위에서 다 죽는다고 하네요. 앞으로 막걸리를 마실 땐 벌컥벌컥 마시는 걸로 -.-

4) 피로회복에 좋은 유기산 (구연산, 호박산 등)

유기산은 상큼한 맛을 내는 성분으로 갈증을 멎게하는 역할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몸에 피로물질이 쌓이지 않게한다. 이 때문에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5) 술지게미 속의 영양분

조강지처란 '얻어온 술지게미(조)와 쌀겨(강)를 먹으며 함께 가난한 삶을 견뎌온 아내'를 이르는 말이다.

뜬금없이 왠 조강지처?ㅋ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절엔 실제로 술지게미를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탁주 지게미의 경우 밥과 비교시 탄수화물 햠량은 조금 떨어지지만 단백질함량이 높고, 칼로리는 비슷하다. 게다가 효모 증식으로 더 우수한 영양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허기를 면하게하는데 효과가 좋다.

탁주지게미와 밥의 성분 비교표

  에너지(kcal) 수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섬유소
지게미100g 138 65.5% 24.9g 8.9g 0.4g 0.2g
밥100g 146 65% 31.7g 2.7g 0.2g 0.4g

막걸리와 술지게미의 성분 비율은 조금 차이가 있네요.

막걸리의 다양한 효능은 실제 여러 연구결과로도 나타나고 있으며, 영양소는 지게미에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막걸리가 선물한 효모의 건강식품, 막걸리 식초

술이 주는 보너스가 식초이다. 서구의 와인 문화권에서는 와인식초, 쌀문화권에서는 쌀식초가 주로 사용되었는데, 쌀식초 중 가장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막걸리식초이다. 쌀 식초에는 8대 필수 아미노산 중 트립토판을 제외한 7가지가 들어있다. 막걸리에 들어있는 필수 아미노산이 그대로 쌀식초에 들어있는 것이다.

막걸리식초는, 각종 아미노산과 유기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몸안에서 산성을 적절히 중화시켜 주면서 면역력도 증강시켜주는 건강식품이다.

 

Region THREE. 전국 막걸리의 다양한 매력 속으로

1) 막걸리의 메카, 포천막걸리

군부대 PX에서 군인들에게 막걸리를 한말씩, 한주전자씩 팔았다. 고된 훈련 후 막걸리 한사발은 그야말로 꿀맛이었을 것이다. 군 복무 후, 고향으로 돌아가 군시절이 회자되며 포천막걸리가 유명해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포천지역은 술을 빚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산이 높고 계곡이 깊으며, 주위를 둘러싼 산봉우리로 인해 포천으로 들어오는 물은 없고, 나가는 물만 있다. 그만큼 오염이 적은 지역이며 물이 깨끗해서 술을 빚기 좋은 환경이다.

2) 왜적을 무찌르던 산성에서 누룩을 지키다, 금정산성막걸리

대부분의 막걸리가 개량화,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우리 전통 누룩은 폐기처분 되었으나, 대한민국에서 단 한 곳 전통누룩을 한순간도 버리지 않고 디뎌온 동네가 부산의 금정산성마을이다.

쌀과 누룩이 비율이 7:4로, 누룩의 사용량이 많고, 완전히 숙성시키므로 일반 막걸리에 비해 알콜 도수가 8도로 높게 나온다. 술을 노릇하니 진하고, 탁하고 텁텁하다. 요새 막걸리는 맑고 가벼워졌지만, 금정산성막걸리는 무거운 편이다. 구수한 누룩향이 풍기고 감칠맛이 돌면서 다음 잔을 재촉하게 된다.

1979년 박정희가 금정산성막걸리를 양성화하는 조치를 내린바 있다. 이 시대에는 소규모 양조장의 술 제조를 법으로 금하던 시절인데, 특혜를 받은 것이죠...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맛본 막걸리 중에선 최고의 맛이 아닌가 합니다 ㅎㅎ

3) 막걸리 업계의 맹주, 장수생막걸리

사실상 대한민국 막걸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죠 -.-

서울탁주제조협회는 1962년 12개 제조장으로 출범하여 지금은 7개 제조장이 서울 각지에 흩어져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서울제국에서 만들어 낸 동일한 입국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제조장에서 만들지만 맛의 큰 차이는 없다.

1978년 업계 최초로 소향 용기 막걸리를 출시했으며, 1992년 역시 업계 최초로 일본에서 자동 제국기(누룩 만드는 기계)를 도입했다.

4) 근대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진천 덕산 양조장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양조장으로 '세왕주조'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대표술도 덕산약주이며, 소재지도 덕산면이라 '덕산양조장'으로 불린다.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많지않은 양조장 중 한곳이며, 시음장까지 마련되어 있다.

5) 전통을 간직한 전주막걸리

1970년대 막걸리 전성기 시절을 거쳐 지금까지 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걸리 한주전자를 시키면 2리터 분량의 막걸리가 나오며, 공짜 안주가 한상 가득 나온다. 

전주막걸리의 특징은 밥공기가 놓일 자리에 술잔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술을 올리면 술상, 밥을 올리면 밥상이 된다. 안주와 반찬에 아무런 간격이 없다. 그러나 막걸리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라고.

책에는 한상에 12,000원이며 2명이든 4명이든 상관없다고 되어 있지만, 세월이 흐르긴 흘렀나 봅니다. 요즘 시세를 검색해보니 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2인 기준으로 35,000~38,000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한번쯤은 가봐야 할 곳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전국 막걸리 지도

 

Culture Four. 막걸리, 우리 문화에 말을 걸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막걸리는 저렴한 술이라는 것인데, 막걸리는 결코 값싼 술이 아니다.

1) 막걸리는 주세가 5%로 아주 싸다.

약주, 과일주의 주세가 30%, 소주, 맥주의 주세가 72%임을 감안하면 막걸리 주세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소주, 맥주에는 교육세 30%까지 가산된다고 한다.

음... 올해 주세 개편안이 나왔죠. 그러나 막걸리에 붙는 세금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제조단가 기준으로 막걸리가 소주나 맥주에 비해 비싼 술입니다 ^^

상대적으로 영세 업체가 많고, 막걸리 병이 저렴해보이기 때문에 막걸리 자체도 저렴이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

2) 쌀 한가마에 막걸리 6가마가 나온다. 

고급 약주의 경우 쌀 한가마에 한가마 분량의 물이 들어가고 술도 한가마 가량 나온다. 그러나 막걸리는 쌀 1가마에 6가마, 즉 480리터의 술을 빚을 수 있다. 750ml짜리 기준으로 640병을 만들 수 있으니, 24만원 가량하는 쌀 한가마가 770만원 정도의 상품으로 변신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쌀 가격은 20kg 6만원의 최근 시세를 반영했습니다. 막걸리 가격도 최근 기준 약 1,200원을 반영했습니다. 책 내용과는 조금 다르게...).

이 부분도 좀 수정이 필요한데요. 저렴한(?) 막걸리로 양을 늘이는 것이랑, 적은 양만 만들더라도 비싸게 파는 것의 차이를 간과한것 같습니다.

소곡주 가격

위 그림처럼 고급 약주인 소곡주 가격은 일반 막걸리 가격의 10배가 넘는 것도 있씁니다. 결국 막걸리도 고급화를 해야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거겠죠. 최근 프리미엄 막걸리 종류가 늘어나서 다행스럽습니다.

 

3) 막걸리, 소주, 맥주 원가 비교

구분 제조원가 아롤 총량 세금 유통마진 판매가
막걸리(750ml) 790원 45ml 39.5원 170원 1,000원
소주(360ml) 438원 72ml 450원 112원 1,000원
맥주(500ml) 503원 20ml 516.18원 179원 1,190원

위 표는 10년 전 기준임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막걸리가 더 고급 술이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ㅋ

 

1960년대 이전 제조된 술은 모두 우리 농산물로 빚었다. 밀가루 막걸리는 1960년대 양곡정책으로 인해 원조받은 밀가루로 탄생한 일종의 다문화 술이다 독일 맥주는 독일보리, 프랑스 와인은 프랑스 포도, 일본 사케는 일본 쌀로 빚기에 그 명성이 유지되었다.

우리 막걸리도 우리 쌀로 빚어야 고급화, 세계화가 될 것 같습니다.

 

2000년대 막걸리 열풍을 이끈 원동력

1) 언론사의 취재 열기

2) 막걸리의 품질 향상 (충분히 숙성됨)

3) 일본에서의 막걸리 인기 및 일본 관광객 증가

4) 농림수산식품부의 전폭적인 지원

5) 달콤하고 맛있는 막걸리의 등장 및 막걸리 칵테일 탄생

 

직접 막걸리를 만드는 그날이 빨리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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