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막걸리나무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탐욕으로 쫄딱 망한 사연을 올렸는데, 그 이후로 돈을 묶어놓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엔 부동산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었습니다.
아파트가 투자 대상이 되는 이유도 몰랐으며, 2000년 중반 부동산 광풍이 몰아칠 때에는 손가락만 빨면서 다주택자들을 투기꾼으로만 바라봤습니다. 다주택자들에 대해 욕도 엄청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쨌거나 아파트를 사야겠다는 결심을 한 뒤로는 몇달간 어디 아파트를 사야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가진 현금은 탈탈 털어서 1억 정도였는데, 대출을 약 60%까지 받을 경우 매수가능한 아파트 금액대는 2억 정도였습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아파트는 무조건 32평이상이 되어야 한다였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히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억 남짓으로 구할 수 있는 30평대 아파트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오를것 같지도 않는 10평대 소형아파트를 사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무지 많이했었습니다.
그러다 모네타 부동산 게시판에서 많은 글을 읽게되었는데, 몇몇 고수분들의 글이 맘에 와닿았습니다.
어느 고수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원하는 조건의 집을 살 수는 없으니, 자기 형편에 맞는 집을 매수한 후 차츰 차츰 넓혀가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또 어떤 분은 분당의 역세권, 용적율 낮은 소형 아파트들을 여러개 모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네요. 사실 그 당시만 해도 분당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신도시라길래 당연히 "시"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구"였으며, 버블세븐이라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비쌀 줄 알았는데, 막상 둘러보니 의외로 저렴해서 놀랐습니다. 많은 곳을 돌아보진 않았지만, 직장에서 1시간 내로 출퇴근 가능한 지역을 몇군데 돌아본 후 분당이 가장 낫다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실제 살아보니 좋습니다.
큰틀에서 지역은 정해졌으니, 이제 분당 내에서도 어디를 선택하느냐가 남았습니다. 젤 첨 본지역은 야탑역 인근 주공아파트였습니다. 단순하게 일단 분당선 기준으로 직장과 가장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탑마을 주공8단지였는데, 17평이 그당시 기억으로 2억4천이었던것 같습니다. 단지내 부동산을 통해 알아본 가격이었으며, 그나마 매물도 없었습니다. 예산을 많이 초과해서 다른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미금역 부근에 청솔주공9단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10평대 복도식 아파트가 거의 대부분 길쭉한 구조로 되어있는데, 청솔주공9단지 19평은 네모반듯한 정사각형 구조로 지어져있습니다. 게다가 타워형처럼 되어 있으며, 1층 7세대에 엘리베이터가 2대 갖춰져 있어 생활하기에 매우 편리한 구조입니다. 타워형 구조라 동향 2집, 서향 2집, 남향3집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몇개의 집을 봤는데, 동향이 2억, 남향 사이드가 2억1천에 나와있길래 남향사이드를 2억1천에 계약하게 됩니다. 사실 보자마자 금사빠가 되었습니다. 단지 뒤로 탄천이 흐르고 있으며, 미금역과의 거리도 가깝고, 그당시엔 아무상관 없었지만 초등학교도 붙어있어서 여러가지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전 주인은 32평으로 옮기기 때문에 나름 급매라고 했습니다. 계약을 진행하면서 등기부등본을 보니 이전 주인이 1억 5천인가에 매수해서 2억1천에 매도했더군요.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급등직전에 매수해서 급등 후 매도한 케이스가 되겠습니다. 어찌나 부러웠던지 살짝 배도 아팠습니다.
어쨌거나 생애 첫 아파트를 2009년 3월에 2억 1천에 매수하게 됩니다. 가진 돈 1억이 채 안되어서, 은행 대출 1억 1천, 나머지는 마이너스 통장 1천만원과 보험약관대출 몇백을 받게됩니다. 그 당시엔 혼자 살 때라서 마이너스통장과 약관대출은 1년 안에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투자도 아니고 그냥 실거주 용입니다만, 가진 현금에 비해서 상당히 무리한 투자를 했지만, 1억의 대출은 혼자 살았기에 충분히 감당 가능했으므로 나름 뿌듯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전세끼고 매수하면 대출이 전혀 필요없었는데, 왜그리 기숙사에 있기가 싫었던지, 이래서 부자가 못되나봅니다.
그러던 중 결혼도 하게되고 아기도 생기니 집이 좁게 느껴져서 20평대로 옮기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때는 2013년이었습니다.
여전히 그때까지도 아파트는 실거주 개념이었지만, 생애 첫 집을 팔기는 싫었습니다. 장담하건데 제가 매수했던 집은 주공9단지 중에 젤 좋은 층, 향의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20평대 전세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세상에나 전세와 매매가격 차이가 얼마나지 않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이게 요새 말하는 갭이었는데, 당연히 그 당시는 아무것도 모를 때였습니다.
나름 짱구를 굴립니다.
그래 차라리 매매를 하자. 2번째, 3번째 아파트 매수기는 다음 포스팅으로 미루고, 생애 첫 아파트 매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번째, 3번째 집을 매수하고 나니 대출금이 조금 늘어나서 무조건 대출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에 전세로 돌렸던 19평 주공아파트를 2013년 말에 매도를 하게됩니다. 실은 3번째 집을 사기 위해 첫 집을 팔게 된 것입니다.
보이시나요? 파란색 화살표가 매수시점이었는데 급등 후 숨고르기 상태였고, 주황색 화살표는 매도시점으로 이번 상승기의 시작점입니다. 2013년말에 어이없게도 2억 중반대에 매도를 하게 됩니다. 그것도 100만원이나 깎아주면서 계약을 진행합니다. 생에 첫 집으로 인해 좋은 일도 많았고, 딱히 손해본 건 없지만 매도 시점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흑흑, 현재는 전세 시세가 제가 매도했던 가격대와 거의 비슷합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매도 전까지는 손실이든 수익이든 결정이 되지 않지만, 저 그래프를 보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1인가구의 증가에 따른 소형아파트의 가치 재평가가 진행되는 구간인데, 저런 알짜를 헐값에 처분하다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나마 첫번째 매도 계약이 불발되어서 1천만원을 건진게 불행 중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한 or 잘된 점
1. 소문으로만 나돌던 신분당선 개통으로 야탑 주공 아파트 상승률보다 미금역 주공아파트 상승률이 훨씬 높다. 이건 운이 좋았다고 할수있겠죠. 야탑아파트 살 돈이 없어 대안으로 샀던 아파트의 상승률이 더 높았으니 나름 선방했습니다.
2. 아파트 매수시 교통,학군,환경 등을 많이 따지는데 19평 아파트 매수시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교통(직장과의 거리) 및 자연환경(탄천)만 보고 매수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옆에 임대아파트가 있다는 것도 몰랐으며, 학군이 좋지않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이것저것 다 알았더라면 아마도 못샀을 수도 있겠지요.
청솔주공9단지 장단점
1. 현대산업개발이 건설했는데, 지나고보니 아파트를 참 튼실하게 잘 지은것 같습니다. 결로도 없었으며 동간거리도 널찍널찍하니 쾌적합니다. 차후 분당권 재건축 시점에 각광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하겠습니다. 몇년 전 아파트 도색작업시 I-PARK로 개명도 했습니다.
2. 초등학교가 바로 단지 뒤에 있습니다. 영어교육에 대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어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3. 탄천이 가까워 산책하기에 좋습니다.
4. 교통 환경이 좋습니다. 분당선, 신분당선 더블 역세권에다 광역버스 노선도 풍부하고 잘만하면 서울까지 앉아서 갈 수 있습니다.
5. 마트, 병원 등 편의시설이 가까이 위치해 있습니다.
6. 구미동 분당서울대병원, 정자동 네이버 그린팩토리, 네이버 사옥 근처에 입주 예정인 두산계열사 등 대형 직장군이 있어 임대수요도 풍부합니다. 또한 토지공사부지에 헬스케어 혁신센터가 확장되면 일자리가 늘어날것으로 보입니다.
7. 바로 옆에 임대단지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임대단지와 붙어있는걸 안좋아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