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파파's 블로그-우보천리(牛步千里)

여전히 기초체력이 떨어지지만 예정보다 일찍 도전하게 되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오전 비 올 확률 80%,예상강수량 0, 오후 3시경 비 올 확률 60%, 예상강수량 1~2mm.

뭔가 이상하다.

비 올 확률이 80%인데 예상강수량이 0이라...

암튼 이거믿고 갔다가 된통 당함 -.-

 

 날씨: 덥고 매우 습함. 소나기(?) 오지게 내림

 코스 : 광교역(경기대입구)-형제봉-비로봉-시루봉-백운산-바라산-우담산-국사봉-이수봉-매봉-원터골입구(청계산입구역)

 전체거리 : 22km

 소요시간 : 10시간 25분

 준비물 :  생수 500ml 2통, 파워에이드 600ml, 오이1개, 주먹밥(반공기?), 미니초코바 6개. 알차게 준비했다 ㅋ

 

 

음료수를 2리터 정도는 챙겨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500ml 1개 더 추가하니 무게가 제법 나가는 듯 싶어 과감히 1.5리터 정도만 챙겼다.

중간지점에서 먹을 점심으로는, 반공기 분량의  미니주먹밥으로 선택.

 

정상적인 광청종주 코스는 광교-양재화물터미널의 약 25km 구간인 것으로 보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청계산입구역(원터골입구)을 하산지점으로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전체코스(광교역-청계산입구역)

 

초반의 제법 빠른 속도가 중간지점 이후, 특히 내리막길에서 급격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저질체력의 한계다 -.-

 

 

일기예보 상으로는, 비가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에 등산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몇 보인다.

등린이다 보니 요즘 이것 저것 사재끼고 있는데, 유독 오스프리 배낭을 짊어진 등산객이 눈에 띈다.

곧 구매예정인 가방이라 힐끗힐끗 보게되네 ㅎㅎ

 

신분당선 광교역 1번 출구로 나와서 건널목을 건너면 광교산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9am. 여기서 출발.

 

들머리_안내도_합류표지판

표지판을 따라 아주 조금만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빠지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무심코 지나가다간 못볼 수도 있을 듯 싶다.

산책로 같은 저 길을 따라 약 1km정도 가다보면 반딧불이화장실에서 오르는 루트와 합류하게 된다.

 

10:11 am. 아직까지는 뭐... 가볍게~ 1시간 10분만에 형제봉까지 도달했다. 

지난번 힘겨웠던 계단도 제법 수월하게 올라서 가볍게 종주를 마치지 않을까하는 허튼 기대감 & 뿌듯함도 잠시 가졌었다 ㅎㅎ.

 

 

형제봉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비로봉으로 향했다.

날씨가 매우 습하고, 흐린 상태라 풍경이라곤 볼 것도 없지만. 왠지 광교산에선 비로봉 망해정에서의 풍경이 맘에 든다.

 

 

비로봉에서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시루봉으로 향했다.

시루봉에 다다를 즈음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 어. ㅠ

졸지에 우중산행이 돼 버렸다.

일기예보상으론 1mm도 안내릴 비였기에 쬐끔 내리다 말겠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퍼붓기 시작한다.

산 속에서 이렇게 세찬 비는 난생처음이라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단체로 올라왔던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급히 하산하는 모습도 보이고...

잠시 내린 비로 꽤 많은 양의 물줄기가 형성되는 걸 보고 있자니 이걸 어째야하나 싶다.

등린이 혼자인지라 특히나 무서웠음 ㅠ

 

 

비가 너무 내려서 시루봉 데크 밑으로 잠시 몸을 피해봤지만... 헛짓거리였다.

폰 카메라도 지맘대로 동작한다. 저 정상석 사진을 찍기가 왜 그리 힘들었는지...

 

이대로 왔던 길로 돌아갈지, 계속 가 볼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다음번에도 동일한 상황을 맞이한다면... 아마도 최대한 빠른 길로 하산하는게 맞을듯하다.

그러나 뭐에 씌었는지 일단 백운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대피소가 있기에 거기까지 가보는걸로 결론을 내렸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홀로 산행을 해야하니 매우 걱정스러운 맘이었다.

 

But 다행스럽게도 노루목대피소에 엄청난 인파가 대피중이었다. 

이때의 안도감이란 ㅋㅋ

세차게 내리던 비가 잦아들기는 했지만, 그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피소에서 10여분 정도 비를 피하고 일단 백운산으로 향했다.

지난번 백운산-고기리 코스의 길은 알고 있으니, 수 틀어지면 고기리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통신대를 끼고돌아 백운산에 도착했는데, 어느새 비는 거의 그쳤다. 

천만 다행이다.

 

 

바라산으로 가는 방향으로 드문드문 등산객들이 보인다.

날씨가 우중충한 관계로 사람들이 보이니 매우 안심이 되었다 ㅋㅋ

 

1:00 pm.

4시간만에 바라산에 도착. 10km 정도 온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괜찮은 듯 하다. 

여러 블로그에서 보던대로 여긴 정상석도 없다.

 

 

잠시 목을 축이고, 초코바도 먹은 후 하오고개 방향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는 이정표를 잘 살피며, 무조건 하오고개/청계산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

 

아... 드디어 늘 그렇듯이 오른쪽 무릎쪽이 슬 아파오기 시작한다.

 

바라 365희망 계단.

청광종주를 할 때 매우 힘들어한다는 코스라는데, 난 여기 내려갈 때 이미 다리가 고장난 듯 -.-

여기서부터 스틱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24절기 설명 표지판을 보면서 고문계단을 내려갔다.

우라질. 뭔 계단이 이리도 많은지. 

 

 

한참(?)을 오르고 내린 뒤, 드이어 이정표에 간신히 이름표만 걸려있는 우담산(발화산)에 도착했다.

이때가 1시57분. 약 5시간이 경과했다.

대충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일단 여기서 점심을 먹으며 약 10분간 휴식을 취했다.

다리가 조금 아프지만(결국 나중엔 매우 아파졌음), 아직은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국사봉을 향하여 계속 가본다.

정말 수 틀어지면 국사봉에서 운중동으로 하산하면 될 일이다. 이미 가 본 길이라  나름의 대안도 있었다. ㅋ

 

한참을 가다가 저 지도가 있는 지점에서 길을 잘 못 들었다. 무려(?) 100미터 넘게 가다가 이게 아닌 것 같아서 되돌아온 지점 -.-

다행히 청계산 쪽에서 다가오는 친절한 등산객이 있어서 길을 물어볼 수 있었음.

 

 

한참을 가니, 드디어 유명한(?) 육교를 볼 수 있었다.

여기가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라던데...

난 저 육교를 다 지나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았다.

육교가 꽤 높은 지점에 설치되어 있었으나, 조금만 더 높이 설치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육교에 설치된 스피커로는 잘 들리진 않았지만, 무더운 여름철에 나댕기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백번공감한다.

 

 

육교룰 다 건너서 국사봉으로 향한는 오르막 길을 힘겹게 올랐다.

여기서는 밧줄을 안잡을 수가 없었다. 힘들었음 ㅠ

중간중간 몇번을 쉬었는지 모르겠다.

 

젠장할. 송전탑은 왜 이리 많은지.

등산로 바로 옆으로 설치된 게 1개, 송전탑 바로 아래를 지나야 하는 것도 1개가 있었다. 

 

 

3:53pm. 죽을똥 살똥 드이어 국사봉에 도착.

가쁜 숨을 몰아쉬자, 먼저 와 계신 아저씨가 힘드냐고 물어보심 ㅋ

6시간 50분이 지났다. 25km 기준으론 아직도 10km 정도가 더 남았는데...

해 떨어지기 전에 하산할 수 있을지 걱정이된다. 

이수봉까지는 약 2km, 40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판이 있다.

보통 때라면 40분 만에 갈 수 있겠으나... 난 이미... 고장난 상태...

무모하지만, 일단 이수봉까지 가보기로 한다.

역시나 여차하면 이수봉에서 옛골로 내려가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4:40pm. 이수봉 도착.

역시 기준시간 대비 10분이 오버된 기록이다.

 

 

여기서 또 짧게 고민을 했다. 옛골로 빨리 내려갈 것인가, 매봉을 갈 것인가...

지난번에 매봉가는 길을 몰라서 길을 잃은 적이 있어서 그것도 걱정이었다.

 

이때 이수봉에서 매봉 방향으로 이동하는 등산객이 보인다. 

일단 무조건 따라가보기로했다.

 

석기봉쪽으로 가지않고, 철책(?)을 따라 시멘트길에서 2시 방향으로 내겨가는 길을 가니 매봉 표지판이 보인다.

 

6:00 pm. 와우.

약 9시간의 산행, 드디어 매봉에 도착.

대충 물 좀 마시고 하산길에 올랐다.

 

 

100여 미터를 가니 매바위 표지석이 보인다.

다리가 아파서 갈 생각은 안하고, 사진만 찍어봄.

 

 

중간에 좀 헷갈리는 길이 있었는데, 다행히 조금 내려가다보니 드디어 청계산 입구 2200미터 표지판이 보인다.

내리막 2200미터를 어두워지기 전에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끝이 보인다.

 

 

한참을 돌계단을 내려왔는데도 이정표가 보이지 않았다. 

슬쩍 불안감이 밀려올 때 발견한 이정표를 보니 약 절반정도 내려온 것 같았다.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다리가 아픈 것도 잊고 열심히 내려왔다.

 

 

7:29 pm.

약 10시간 30분만에 드디어 원터골입구에 도착했다.

저 코스는 9시간 이내로 들어와야 다른 도전을 할 수 있을것 같다.

저질체력-.- 비 때문에 몇 분 지체한 건 아무런 변명거리도 안된다.

좀 더 체력을 키워서(or 무릎보호대 같은 아이템빨)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기록은 형편없고 비록 25km의 풀코스(?)는 아니지만, 어쨌든 끝까지 해냈다는 데 의의를 둔다. 

기분은 좋다.

 

반성할 점

1. 비록 운이 좋아 완주는 했지만, 시루봉에서 꽤 많은 비가 내렸을 때, 발길을 돌렸어야 했다.

2. 여름이라곤 하지만, 낮이 점점 짧아지는 시기다. 기록으로 보자면 국사봉에서 하산했어야한다.

3. 체력을 키우자! 무릎이 약하다 생각되면 보호대가 필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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