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수년 간 월급쟁이 직장인들의 은퇴 후 기본 코스로 인식되어 온게 치킨집 창업이었는데요. 최근들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기사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적긴했는데, 보다 객관적인 내용이 나왔네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얼마전(2019년 6월 3일) 치킨집 현황과 시장여건 등을 분석한 "자영업 분석보고서"를 발표해서 내용을 검토해 봤습니다..
치킨집 창업·폐업 현황을 자영업 전체로 일반화 시킬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KB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치킨집은 전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11만6,000개)의 21.1%(2만5,000개)를 차지하는 핵심 업종이며, 치킨집 브랜드(지난해 409개)만 해도 한식을 빼면 외식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다 합니다. 그러므로 치킨집 현황을 자영업 전체로 확대해도 큰 무리는 없어보입니다.
우선 치킨집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부터 확연히 폐업수가 창업수를 앞서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기사 내용이 단순히 치킨집 창업, 폐업 현황만 알려준 것과 달리, 아래 머니투데이 기사 내용은 좀 더 흥미롭습니다.
≪이 보고서는 치킨집 폐업의 원인으로 운영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경쟁 심화를 원인으로 들었다. 또한 치킨 전문점의 총 매출액은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2015년을 고점으로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치킨집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자영업자가 줄 것이라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자영업 수는 2002년 621만2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 후 줄곧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았던 이명박 정부 때 가장 많은 28만명이 줄었고 박근혜 정부 때도 15만4000명 줄었다. 2017년 일시적으로 6만8000명 늘어난 후 지난해 다시 4만4000명 줄었지만 직원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4만3000명 늘었다. 이 결과는 최소한 자영업 감소 현상이 최저임금 영향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와 숙박·음식업의 경우 매출이 늘어났는데도 영업이익률은 감소했다. 매출액 증가에 비해 판매원가를 포함한 영업비용 증가분이 더 컸기 때문이다.≫
위 그림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의 영업비용 중 임차료 및 인건비 비중은 각각 8%, 7% 이내로 나타납니다. 물론 2017년까지의 통계라 최근 상황이 즉각 반영되진 않았겠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인건비 비중은 8%가 채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임차료, 인건비가 각 8% 이내라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최저임금 인상은 치킨 가맹점의 영업환경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인건비의 낮은 비중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습니다.
즉, 인건비 상승으로 직원을 해고했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통계 상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을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왠만한 매장에서는 키오스크, 무인주문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 그러나, 자동화로 인한 단순 노동직종의 감소는 산업화 이후 줄곧 이어지는 현상입니다. 영화 티켓 매표소, 관공서 증명서 발급기, 대중교통 승차표 발매기, 심지어 하이패스 조차도 비슷한 사례일 것입니다. 무인주문기의 확대는 어찌보면 시대적인 흐름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최저임금 인상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비약이 심한것 같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것이죠.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경쟁력만 약화될 뿐입니다.
또한 배달 직원을 두지 않는 것에도 말들이 있습니다. 배달직원을 왜 해고해야 했는가...?
▶ 거의 대부분 배달 대행(외주)을 하기 때문에 이 주장이 옳아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주배달은 기업에서 일반적인 아웃소싱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아웃소싱을 하는 이유는 직접하는 것에 비해 효율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배달대행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된 것으로 봐야하겠죠.
위 그래프에 의하면 자영업에서 인건비 비중은 적어도 2015년부터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평균의 함정일 수도 있지만, 어쨌건 인건비 그 자체로는 자영업의 어려움을 설명하기가 부족해 보입니다.
뭐 임차료야 상권이 활성화 될수록 오르는 건 당연한 것이고요. 8% 언저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입니다^^. 이 또한 평균의 함정이겠지요.
그렇다면 자영업 영업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남은 것은 기타 영업비용이라는 항목인데요.
기타 영업비용에는 매출원가, 가맹점 수수료 등이 있습니다. 표에서도 나와 있듯이 주요비용 중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는 항목이며, 비중또한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결국 자영업의 어려움은 기타영업비용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치킨가맹점에 대한 자료가 없는 관계로, 편의점의 가맹점 수수료 자료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2012년 자료이지만 뭐 개선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국내 4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가 매출총이익의 35~70%에 달하는 금액을 가맹 수수료로 떼간다고 합니다. 어마무시하죠.
다시 치킨집으로 돌아와보면... 편의점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금액을 가맹점 수수료 명목으로 떼갈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비용의 80%이상을 차지하는 기타영업비용이, 게다가 점점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때문에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치킨집(자영업)의 희망은 없다고 보는게 맞겠죠.
아시다시피 치킨값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배달 치킨값의 가격 결정권은 가맹점에 있는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에 있습니다. 본사에서 가격을 올리면 가맹점에서 받아들이는 구조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들이 최저임금 받으면서 일할 것 같지는 않지요? 뭐 어쨌거나 프랜차이즈 업체의 희망과는 달리 치킨값을 올렸음에도 본사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합니다.
치킨값 상승에 따라 소비자들이 덜 사먹기 때문에... 그리고, 배달앱 할인 등 판촉비용 증가 등이 이유가 되겠죠.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주는것은 맞습니다만, 자영업자들의 폐업 원인을 최저임금에만 맞춘다면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오히려 기타영업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입니다.
얼마전 TV프로 "대화의희열2" 백종원 대표편을 보다가 몇장 찍은 사진들입니다. 백종원 대표가 요식업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기 때문인지, 준비되지 않은 자영업(음식)의 위험성을 사실적으로 설명해줘서 솔직히 조금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직장인들이 노후에 해볼만한것 중 대표적인게 임대업과 자영업(창업)인데, 자영업이라는게 철저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더라도 성공하기 힘든 이유를 설명해줬던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일부만 봐서 전체 내용은 알수 없지만...
백종원 편, 에피소드1
식당 개점을 준비중인 은퇴한 직장인 A씨. 사전조사를 위해 눈여겨본 상권의 식당을 방문해본다. 식당 안으로 들어갔지만 손님이 별로 없음... 얼마 후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데... 어랏? 맛이 있다... 그런데도 장사가 잘 안되네?